2015년 12월 13일 주보칼럼 - ‘꼬다리’

 ‘꼬다리’

  다른 집에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그걸 꼬다리라고 불렀습니다. 김밥천국이 유행처럼 생겨나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되기 이전 시절, 김밥은 소풍날이나 운동회가 되어야 구경할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지요.

  김밥을 만들면 양쪽 끝에서 생겨나는 조각이 있습니다. 검은색 김에 둘러싸인 하얀 쌀밥,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형형색색의 재료들… 그 현란한 색감이 김밥 먹는 재미 중에 하나인데, 꼬다리는 그렇게 예쁜 모양이 아닙니다. 단무지나 시금치가 길게 남아있기 일수이고, 밥알도 쉽게 흐트러져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 꼬다리는 항상 김밥 싸는 어머니 몫이었습니다.
이리 말씀하셨지요. 김밥은 꼬다리가 최고로 맛있다고… 그럴 리 있겠습니까? 어떤 꼬다리는 더 짜고, 어떤 꼬다리에는 햄도 들어있지 않았을텐데요. 그래도 어머니는 항상 꼬다리를 드셨습니다. 김밥을 썰다가 터져서 모양이 망가지면 또 그러시지요. ‘이건 뒀다가 내가 먹어야겠다.’
 
  ‘A를 부르는 삼각김밥’ 을 위해 배달되어 온 김을 보다가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평생 목회 하시느라 바쁘셨는데도, 아들 소풍에 한번도 김밥을 거르시는 일이 없으셨지요. 그리고 매번 꼬다리를 드셨습니다.
  
  다행히 삼각김밥에는 꼬다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아 ‘김밥 옆구리 터지는 일’ ^^ 도 드물지요. 그래도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모양 망친 것들이 생길 겁니다. 우린 자연스레 그것들을 우리 몫이라 여길 것입니다. 좋고 예쁜 것은 남 주고, 망친 것은 만드는 우리가 먹고...
 
  모두들 예쁘고 좋은 것을 먼저 차지하려는 세상에서, 꼬다리와 망친 김밥을 기꺼이 테이크하는, ‘내 어머니 닮은 사람들’ 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마태복음 23장에서 예수님이 그러셨습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김밥 싸는 날, 이 말씀을 이렇게 읽습니다.
“누구든지 꼬다리를 취하는 자, 주께서 높이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