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 칼럼 - 사노라면 (2014년 12월 7일)

커피숍(제 오피스입니다.^^) 에 앉아 있는데, 창밖으로 신기한 나무 잎사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아이 손바닥만한 잎들이 하나같이 뒤로 동그랗게 말려 있더군요. 니들도 춥구나... 하는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고, 그리 만들어 놓으신 하나님의 솜씨가 놀랍기도 합니다.

 어제 받은 전화 한 통이 생각났습니다. ‘형, 사는 게 쉽지가 앉네요. 마음에 기쁨도 없고…’ 왠만한 어려움은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는 후배였기에 그 말이 더 무겁게 들렸었습니다. 그 이의 얼굴이 동그랗게 말린 나뭇잎 사이로 떠오릅니다. ‘너도, 나무도 추운 시절을 견디느라 애쓰는구나’
 
   나뭇잎을 다시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몸을 작게 한 모습이 처량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다른 많은 잎사귀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잠자리 같기도 하고, 꽃 같기도 합니다. 하나하나 힘겨운 겨울나기지만, 서로 함께이기에 그 모양이 예쁘고 신비롭습니다.
 
  그런 날들이 있습니다. 영혼에 볕이 들지 않는 날들… 하나님과도 멀어진 것 같고, 뭘 해도 사는 게 참 힘든 때가 있습니다. 십자가의 성요한이 말하는 영혼의 어둔 밤 같은 시간 말입니다. 그 때는 잠시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해를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활짝 펴도 나뭇잎이고 돌돌 말려도 나뭇잎입니다. 가지에 붙어 있는 한 생명의 볕은 들기 마련이니까요. 때론, 서로 같은 겨울 이겨내며 한 모양으로 말려 있는 나뭇잎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함께 견디라고 신앙의 공동체를 허락하셨습니다.
 
영혼의 겨울을 지나고 계신가요? 그런 시간이 있는 것. 자연스럽고 괜찮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좀 웅크리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우십니다. 오늘은 성경 말씀 대신 좋아하는 노랫말 한 구절로 칼럼을 마무리 합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들국화, 1978) 

ps. 찍어놓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늘(토요일)에 다시 그 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리 따뜻하지 않은 날이었는데, 화창한 해님 때문인지 나뭇잎들이 활짝 펼쳐져 있었습니다. 영혼의 볕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기도 한답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