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저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가끔 아버지가 해 주셨던 이야기로 그분의 삶을 상상해 볼 뿐이지요. 추도예배나 성묘 가서 우리 할머니 이야기를 듣지만, 아버지가 할머니 이야기를 더 많이 해 주시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게찜’을 먹을 때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게를 쪄 먹을 때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니네 할머니 이거 진짜 좋아하셨는데…’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는 할머니의 신앙과 삶에 대해 자식들에게 말씀해 주셨지요. “게찜”은 아버지에게, ‘당신 어머니’를 기억하게 하는, 음식 이상의 어떤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마 여러분에게도 하나씩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 말입니다.
감사절에 빵과 포도주를 떼며 우리가 하는 일은 ‘기억’하는 일입니다. “기억”은 신앙생활에 있어 참으로 소중한 일입니다. 기억이 회개도 없고, 기억이 없으면 감사도 없으니까요. 추수감사절에, 바쁘게 살아온 걸음을 잠시 멈추고, 우리에게 부어주신 은혜를 함께 기억합시다. 그 각자의 기억이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에 대한 모두의 영원한 기억 안에서 하나가 될 것입니다. 게찜이 제 아버지에게 그러하였듯, 성만찬을 앞에 둔 우리는 예수님 기억으로 오늘 행복할 것입니다.
또 여호와의 일들을 기억하며 주께서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을 기억하리이다 (시편 77편 11절)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