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2일 주보 칼럼 - 달란트 시장 없이도...

  어릴 적 다녔던 주일학교에는 몇 해동안 ‘달란트 시장’이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예배에 잘 나오거나 착한 일을 하면 선생님께서 달란트를 주시는데, 그걸 모아두었다가 달란트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는 상점 제도reward system가 바로 달란트 시장이지요. 연말이 되어 달란트를 정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으레 아이들 사이에서 이 작은 종이 카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됩니다. 요절도 더 잘 외워 오고, 선생님 보는 앞에서라면 방석 정리도 더 열심히 합니다. 그럼에도, 달란트는 항상 남보다 적어 보이기만 한데, 한방에 크게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도’ 입니다. 새친구를 교회 학교에 데려오면 달란트 10개를 한번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말이 다가오면, 예배 분위기도 무척 좋아지고 교회 학교에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달란트 묶음으로 불룩한 선생님의 주머니 앞에서 우리는 그렇게 순종적인 아이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우리의 모습이 신앙의 성장은 아니었지요. 해가 갈 수록 달란트에 대한 집착은 더 커졌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보다는 선생님의 마음을 더 살피게 되고, 전도는 점점 ‘달란트 10개 벌이’ 로 변해갔습니다. 몇해가 지나고 전도사님께서 달란트 제도를 없애신 건 이런 이유에서였나봅니다. 더 이상 달란트를 나누어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와 친구들은 어찌나 서운해 했던지요... 그리고, 한동안 왜 요절을 외우고 친구를 전도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여러 달란트들이 있습니다. 종이 카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성경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우리 말에 권위라는 달란트를 부여합니다. 봉사와 헌신의 삶은 존경과 칭찬이라는 달란트를 주지요. 전도를 많이 한 사람은 당연히 교회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달란트에 집착하다보면 신앙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주님의 일을 하다보면 때론 자신의 일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칭찬과 인정의 달란트가 내가 수고한 이유의 전부라면 무척 서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애쓸 이유가 사라집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달란트 제도가 없어진 후에도 아이들은 다시 전도를 하고 방석을 정리했습니다. 달란트 10개가 아니라 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교회 같이 가자’ 라고 말했고, 예수님이 기뻐하신다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 방석을 정리했습니다. 달란트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달란트에 집착하지 않을 때 아이들의 신앙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안에 오래도록 계속되고 있는 어른들의 달란트 시장도 닫아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쉽지 않겠지만 꼭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보다는 하나님의 마음에 더 신경 쓸 때, 그 분과 더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