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4일 주보 칼럼 - 성령이 오시면...

  홈쇼핑 ‘마감 임박’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분이 오셨다’ 여기서 말하는 그분은 소위 ‘지름신’ 이라 불리는 신비한(?) 존재인데요, 그분이 오시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화기에 신용카드 번호를 부르게 되고, 순간 정신을 차려 보면 이미 택배 상자가 손에 들려 있다고 합니다. 물건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약함을 변명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

  오늘은 부활절 후 제 7주. 교회는 부활이 50일 지난 오늘을 오순절 혹은 성령강림절Pentecost 이라고 부릅니다. 교회가 처음 시작될 때 바로 이날에 그분께서 함께 모인 각 사람에게 강하게 임하셨기 때문입니다. 아, 여기서 말하는 그분은 진짜 그분,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성령님입니다. 성령님이 제자들을 만나 주셨을 때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술에 취했다고 오해를 받을 정도로, 사람들은 자기 삶의 통제권을 성령님께 내어 맡긴 것이지요. 쇼핑을 위한 농담/변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세기로 제자들은 성령 임재의 ‘신비’를 경험하였습니다. 그날의 모임을 보도하는 사도행전 2장은 ‘세찬 바람’, ‘다른 언어’ 그리고 ‘불의 혀’와 같이 알듯 모를 듯한 언어들로 그 일을 묘사합니다.

  성령 강림절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그분’ 과 참 하나님이신 성령님 ‘그분’ 중 누가 더 자주 내 마음을 통제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꼭 지름신 뿐 아니라,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행복해진다고 가르치는 경쟁의 신, 끊임없이 소유하라는 탐욕의 신, 통제를 물리친 정욕의 신/향락의 신이 호시탐탐 우리 삶을 다스리려 합니다. 잠깐 정신을 놓고 지내다 보면 어느덧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성령의 도우심을 소망합니다. 참 다행인 것은, 성령을 약속하신 주님이 믿을만하고 성실하신 분이시라는 사실입니다.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요 14:8)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영, 그분께서 우리 삶에 내려 앉으시면... 참 많은 것이 새롭게 될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부르던 신용카드 번호 대신 생명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면, 택배 상자 대신 평화를 일구는 쟁기를 손에 쥐고 있을 것입니다. 성령 하나님, 그 분께서 오시면 말입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누가복음 4장 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