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거리 하나

지난 7월 시카고에서, 중북부 지방의 한인 목사님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함께 사역하는 동업자(?) 들을 만나는 자리엔 기분 좋은 설레임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6월까지 저는 중남부에 속해 있었기에, 이번 모임은 새로 이웃하게 된 목사님들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개회예배가 끝난 후에 함께 참석한 가족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을 맡은 목사님이 재미있는 제안을 하셨는데요, 소개와 함께 그 가족이 자랑하고 싶은 것 딱 하나씩"을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한 가정 한 가정씩 일어나서 소개를 하고 우리 가족이 자랑은…”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우리 집의 순서는 중간 쯤 되었는데, 뭔가 돌아가면서 이야기 할 때는 그 중간 자리가 딱 좋지요. 너무 앞이면 생각할 시간이 충분치 않고, 너무 뒤면 앞에서 좋은 이야기를 다 해버리니까요아무튼, 소개를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우리 가정에 자랑은 뭔가진짜 잘난 척을 하라는 건 아닐텐데그렇다고 자랑할 게 없습니다하고 진지하게 겸손을 부리면 분위기를 못 맞추는 꼴이니…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질문이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사람들의 대답은 대체로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바로자식 자랑이지요. “우리 아들이 이번에 ** 대학에…”, “우리 딸이 이번에 풀 스콜라로…” “우리 두 딸은…” 부모가 되어 보니 자식 일에 겸손해 지는 것이 쉽지 않던데, 다른 선배 목사님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그럼 나도 아이들 이야기를 해야겠군. 수진이가 동생을 아주 사랑한다고 말할까? 식상한데도진이가 아주 건강하고 머리가 크다? – 실제로 도진이는 항상 첵업에서 머리 둘레 99%를 찍습니다.^^ - 이건 자랑이 아니잖아! ‘

그렇게 머리 속이 복잡해 질 무렵, 디트로이트에서 오신 어떤 목사님 가정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그 목사님 가정은 그 어려운 질문에 이렇게 답했지요.

우리 가정은 예수를 믿습니다

 ! 저건데…’ 제 속에서 터져 나온 말입니다. 진짜 좋은 자랑, 누구에게도 질투를 사지 않고, 아무도 초라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진짜로 자랑스럽고 자랑하고 싶은 말… 

우린 예수를 믿습니다” 
그 좋은 대답은 큰 웃음과 함께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습니다

갈라디아서는 바울이 쓴 글 중 비교적 이른 시기에 쓰여진 것인데, 그 책의 결론부에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죽었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죽었습니다.” (갈라디아서 6 14 , 새번역) 자랑할 것이 적지 않았던 바울이었지요. 공부도 할 만큼 했고, 그간의 사역 가운데도 많은 일들을 이루어 낸 사람입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 바울 입장에서 보자면 자기 자랑을 조금 해도 괜찮을 법 합니다. 왜 겸손하게 말하는 척 하면서 하는 그런 자랑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는 예수님 아니면 자랑할 것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빌립보서 에서는 세상의 자랑들을 배설물처럼 여긴다고 말합니다. (빌립보서 3 8) 그리고 그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그의 삶이 증명하지요.

혹시 여러분은 그 쉬워 보이는 듯 어려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당신에게 가장 큰 자랑은 무엇입니까? 큰 성전이 자랑스러웠던 솔로몬 왕은 말년에 아 참 헛되다…” 라는 말을 반복 또 반복하지요. 새로 산 자색 옷이 자랑스러웠던 한 부자는 아브라함 앞에서 자신의 지난 날을 깊이 후회하고요, 자~알 생겼던 사울 왕도 그 용모의 자랑스러움을 그다지 오래 간직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른 것 말고 예수님을 유일한 자랑으로 삼았던 바울은 빌립보 교회를 향해 이런 말을 남기지요. 내가 어떤 처지에서도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나에게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빌립보서 4 11, 13

단 하나의 자랑이라는 말에 예수님이라는 답을 놓치지 않았던, 그 목사님의 행복한 얼굴이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그 단 하나의 자랑 때문에 저와 당신의 삶이 뿌듯하기를 소원합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