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그게 무슨 교회야?! - 교회를 세워 가는 이야기 1.

 메디슨에 New Church Planter로 파송을 받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학생 교횐가요?"  그리고는 애정과 염려를 가지고 이렇게들 말씀하시지요. “학생들만 가지고는 쉽지 않을텐데오히려 이민자들이나 이중문화 가정 -난 이 말이 도대체 입이 붙질 않습니다. 세상에 이중문화적이지 않은 가정도 있나요? ^^- 을 잡아(?) 보는 건 어때요?”

거의 매번 그런 대화들을 나누다 보니 제 스스로도 마음 속에 한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난 누구를 잡아야(?) 되지? 유학생? 2세들? 아니면 이민 온 지 오래 되신 분들? 영어를 쓰는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은 사람들? 대학원 유학생 가정들? 한참 그렇게 재어 보고 고민하다가 혼자서 이렇게 말해 버렸습니다.

에이, 근데 그게 무슨 교회야

장사를 하는 것이라면 이 물건 저 물건 다 갖다 놓을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것들 몇 개 잘 준비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특히 이미 지역을 선점하고 있는 옆 가게에는 없는 상품들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겠지요. 그런데, 전 우리 교회의 owner 가 아니라 server 입니다. 그리고 나의 owner 께서는 그렇게 어떤 그룹을 특별히 선별하여 취하시지 않는 분이십니다.

가끔 그런 교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박사들이 모이는 교회, 이민 사회에 정착한 사람들만 모이는 교회미안합니다. 하지만 제게 그건 교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교회의 중심이 되는 분들이 있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 사람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면 그건 교회 아닌 겁니다. 진입 장벽이 있는 곳은 그저 하나의 이익 집단일 뿐입니다. 문턱이 있다면 그건 끼리끼리 모이는 사교클럽일 뿐이고요... 예수의 몸된 교회는 아닙니다.

그래서 소위 타겟 그룹이란 것을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Church planting strategy 의 관점에서 볼 때 나쁜 선택입니다. 그런데, 그냥 나쁜 선택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실패해도, 누구를 위한 교회는 세우고 싶지 않습니다.

막 섞여 있는 공동체도저히 교회 아니면 만나지 않을 사람들을 교회니까 만나는 그런 공동체를 꿈꿔 볼랍니다. 가방끈, 은행 잔고, 나이, 정치색, 출신지 뭐 그런 것들 상관 없이 예수님 때문에 서로를 만나고, 서로의 삶을 배워가는, 그런 천국 같은 공동체를 이루어 보고 싶습니다.

불편할 테지요. 우선은 찬양을 고르기도 힘들 것이고, 설교 때 농담을 해도 모두를 한꺼번에 웃기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편한 만큼 성숙해 지고, 성숙해 지는 만큼 경계 없이 사셨던 예수를 닮아갈 것입니다.

베드로가 우여곡절 끝에, 참된 제자로 살기로 결심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난 다음에 말입니다. 그 감격스러운 디베리야 바닷가의 장면을 묘사하면서 요한은 그날 물고기가 153마리 잡혔다고 합니다.(요한복음 21) 모나미 볼펜에 쓰여 있는 153이 이 153 맞습니다. 그걸 어떻게 세어 봤는지는지 모르지만, 초대 교회 교부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제롬은 매우 흥미로운 해석을 들려줍니다. 요한복음이 쓰여졌던 2세기경, 사람들은 갈릴리 호수의 물고기가 모두 153종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니까 (제롬의 해석에 따르면) 요한은 이 구절을 통해 주님의 말씀대로 깊은 곳에 내린 그물에, 이 세상의 모든 고기가 다 잡혔다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주님의 그물은 물고기를 골라 잡지 않습니다. 주님의 어부는 사람을 골라 취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교회도 사람을 고르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의 첫번째 진리 실험입니다.
모두를 위한 교회, 모두가 환영 받는 교회
아무나 와도 되는 교회.

그게 진짜 교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