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4일 주보칼럼 - 사순절 산행

  아내와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으로 함께 했던 여행은 지리산 종주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서로에게 더 잘 집중하기 위해 선택한 여행이었는데, 지금도 종종 생각날만큼 좋았습니다. 사흘동안 함께 걸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큰 산은 사랑하는 이와의 깊은 시간 말고도 몇 가지 값진 경험을 선사하였습니다. 1음식이 참 귀하더라고요. 산장이 중간 중간 있지만 파는 물건이 많지 않기에, 쌀 한 줌, 통조림 하나가 그렇게 귀할 수 없었습니다. 긴 산행 중에는 물 한 통이 천금 같아집니다. 2산은 하나님을 생각하기에 참 좋은 장소였습니다. 천왕봉의 일출 앞에서 자연스레 우리는 창조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3산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됩니다. 당연하게 손을 내밀어 끌어 주고, 마주 걷는 사람들은 ‘이제 곧 언덕이 끝난다' 며 낯선이를 격려합니다.

알고 계십니까? 교회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사순절의 영적 훈련 방식은 금식 fasting, 기도 prayer 그리고 선행 armsgiving 입니다. 지금 당장 40일간의 산행을 시작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길을 걷는 듯, 삼가며 부활을 향해 함께 걷기 원합니다.
당연하게 먹고 누리던 음식 (혹은 다른 편의들) 을 절제함으로 삶이 선물임을 깨닫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당연함을 누리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 마음 씁시다.
기도, 곧 하나님과의 교제도 끊이지 않기를 원합니다. 분주하여 지치기 쉬운 마음을 하나님 앞에 온전히 내려 놓는 일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는 2016년 사순절이 되기를… 삶의 언덕을 오르느라 지친 동반자들을 위로하고 손 내밀어, 믿음의 길 함께 걷게 하는 '착한 사람들' 이 우리 감리교회 교인들이길 소원합니다.
금식과 기도 그리고 선행으로 풍성해지는 여러분의 사순절 산행을 응원합니다. 그나저나 지리산 무척 그립네요…

"오라 우리가 여호와의 산에 올라가서..." (미가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