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9일 목회 칼럼 - 여행 마친 자들의 교훈

  집에서 교회를 가는 길에 커다란 공동묘지 (Forest Hills Cemetery)가 있습니다. 1857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150년도 넘은 오래된 장소 입니다. 미국에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공동묘지가 사람 사는 곳에서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 것인데, 이곳 역시 주택들 그리고 학교와 담장을 맞대고 있습니다.
 수요일에, 저녁 약속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기에 그곳에 차를 멈추었습니다. 무덤가를 걸으며 사색하였다는 옛 철학자들 흉내도 좀 내보고 싶었습니다 . 예상대로 조용히 산책하며 기도하기 참 좋은 장소였습니다.
 
오후의 비스듬한 햇살을 받은 공원은 참 평화로웠습니다. 길 건너의 바쁘고 아둥바둥하는 삶과는 다른 시간이 그곳에서 흐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촘촘하게 이웃한 죽은 자의 돌들은 ‘우리네 사는 일’ 을 다시 한번 찬찬히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지혜자는 전도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바람을 다스려 그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듯이 자기가 죽을 날을 피하거나 연기시킬 수 있는 사람도 없다”(8장 8절)  그리고는 “하나님이 세상에서 너에게 주신 덧없는 모든 날에 너는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더불어 즐거움을 누려라” (9장 9절) 라고 말합니다.

 비석에 새겨져 있는 숫자들을 보니 저보다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랄프 에머슨의 노래처럼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은, 그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 많은 무리에 합류(join the majority)하기 전에 더 많이 사랑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더 치열하게 선물로 주어진 삶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 내게 허락하신 감격이고 은혜임을 깨닫습니다. 그날 저녁, 먼저 여행을 마친 선배들은 참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