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예배드리는 일이 큰 기쁨입니다. 오늘은 한국 교회가 지키는 어버이 주일, 그리고 미국에서는 mother's day 입니다. 이번 주에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를 다시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생겼지요. 엄마는 내 나이 때 무슨 고민을 하고 사셨을까? 아니 사실 그 보다 더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서로를 만나기 전에 어떤 사람을 만나셨을까? 어머니와 어비지도 분명 나와 같은 시절이 있으셨고, 그분들의 추억과 이야기가 있으실텐데, 이 무심한 아들은 그런 것에 대해 질문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엄마는 항상 엄마고 아버지는 항상 아버지셨던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인생을 그대로 인정해 드리는 일, 그 분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드리는 것이 효도의 가장 첫 시작이리라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성경은 부모를 공경하라고 요구합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고 여러번 반복하여 이와 같은 말을 합니다. 엡 6:2 ‘자녀된 여러분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옳은 일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신 계명은, 약속이 딸려 있는 첫 계명입니다. 당신이 잘 되고 땅에서 오래 살 것입니다' 십계명은 성경의 가장 중심되는 율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십계명을 둘로 나누어 보자면 전반부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법' 그리고 후반부의 '인간들 사이의 법' 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섯번째 계명, 그러니까 인간들 사이의 규범 중 가장 첫째 되는 항목은 이것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보다,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보다 먼저 우리에게 요구되는 말씀은 바로 효도입니다. 공경이라는 말의 히브리어는 '카바드' 입니다. 무겁다는 어원을 갖습니다. 말하자면 성경적 효도라는 것은 부모님의 존재를 무겁게 여기는 것, 그 분들의 말씀을 중히 듣는 것, 그리고 그분들의 가르침을 경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임과 동시에 하나님의 부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부모님들의 존재와 가르침을 항상 무겁게 여기는 일이 쉬우신가요? 우리 교회는 부모님들이 아직 많지 않으니 자녀된 입장에서 서로 이야기 해 봅시다. 효도가 가장 쉬웠어요- 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으신 분이 있으신가요? 자녀들이 모두 저와 비슷하다고 섣불리 생각하면서 말씀드리자면, 그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부모님들을 사랑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이 크지만, 언제나 그 분들의 말을 중시하고 또 온전히 따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분들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고, 또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순종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가 할 수 있을 때, 할 만할 때 그 분들을 카바드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왕국이 세워질 때,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에게는 아주 멋진 큰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요나단. 성경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그의 이름과 함께 동시에 또 다른 사람, 다윗을 생각하며 ‘우정’ 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오늘은 다윗의 친구가 아닌, 사울의 아들 요나단을 잠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원래 그는 대단한 용사였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처치하는 장면이 사무엘상 17장인데, 14장에서 이미 요나단은 자기 부하 하나하고 블레셋 기지를 기습합니다. 요나단이 부관에게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승리는 군대의 수가 많고 적음에 달려 있지 않다”(삼상14:6)고 말하자, 부관은 즉시 “무엇이든 하시고자 하는 대로 하십시오. 무엇을 하시든지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신임을 얻는 장수였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시는 능력을 의지하는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는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자 마자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깊은 우정을 나눕니다. 성경은 자기 목숨 아끼듯 서로의 목숨을 아꼈다고 전해줍니다.
그런데, 다윗을 신임하였던 사울, 요나단의 아버지가 점점 다윗을 시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미워하고 죽이려 합니다. 요나단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믿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이미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테스트를 해 보기로 합니다. 왕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다윗이 한번 빠져 보기로 한 것입니다. 고향으로 제사를 드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말입니다. 사울이 이해해주면 괜찮은 것이고, 어떻게 이런 자리에 빠지냐고 화를 내시면 해이미 다윗을 치기로 결심하신 것이라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다윗은 식사자리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 일이 두번 계속되자, 사울은 화를 냅니다. 삼상 20:30절에, 다윗의 부재를 설명하는 요나단에게 사울이 한 말입니다. “이 패역 무도한 계집의 자식아 네가 이새의 아들과 단짝이 된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런 녀석과 단짝이 되다니 너에게도 부끄러운 일이고 너를 낳은 네 어미를 발가벗기는 망신이 될 뿐이다. 이새의 아들이 살아 있는한 너도 너의 나라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요나단이 슬퍼하며 항의합니다. “그가 무슨 못할 일을 하였기에 죽어야 합니까?”(20:32)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사울은 아들을 향해 창을 겨눕니다. 이미 아버지는 아버지이기를 포기하였습니다. 자기 정신이 아닙니다. 그 일이 있던 날, 요나단은 슬픔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다음날 다윗이 숨어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피신하라고 말합니다. 다윗은 일어나 길을 떠났고, 요나단은 성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마 우리 중에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칼을 든 위협을 당한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도 언제나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습니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지만 인간들의 관계인지라 언제나 그 안에는 갈등이 있고, 그러기에 양보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들은 언제나 완전하고 옳아 보였습니다. 무엇이든 하실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이든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도덕적으로도 완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그들의 인간다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때론 초라해 진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모습 혹은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이미 부모님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분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저 아름다운 관계이기만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버린 사울은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죽음이 다가오자 자신의 무기 담당 병사에게 나를 찌르라고, 저 할례받지 못한 이방인이 와서 능욕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합니다. 그가 머뭇거리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날 이 전쟁에서 요나단도 사울과 함께 죽습니다. 다윗은 이들을 위해 애가를 바칩니다. 오늘 읽은 본문입니다. 다윗은 노래합니다. “사울과 요나단은 살아 있을 때에도 그렇게 서로 사랑하며 다정하더니 죽을 때에도 서로 떨어지지 않았구나”
요나단을 가장 잘 알던 사람 다윗의 노래입니다. 힘들지만 사울은 끝까지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버지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지만 그는 아버지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끝까지 그 곁을 지켜 드리며 함께 하였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는 어쩌면 아버지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목사님은 30세에 왕이 되어 42년동안 나라를 다스려야 했던 사울의 고독과 아픔에 대해 이야기 하십니다. 큰 아들 요나단은 아버지를 깊이 알고 이해했기에 그의 곁을 지킬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오늘 설교의 제목은 언제나, 깊이 그리고 끝까지 입니다. 언제나 아버지의 마음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는 일을 막어서서는 안됩니다. 힘들때도 받아들일 수 없을 때에도 우리는 언제나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들을 깊이 알아야 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성숙한 딸과 아들의 몫입니다.
.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느날 엄마와 큰 외삼촌이 만나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큰 오빠를 만나자 엄마가 달려가서 귀여운 척을 하며 오빠 오빠 한다는 것입니다. 딸은 엄마도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동생, 부모의 딸. 그리고 나와 같은 여자 인 것을 깨닫습니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한국에 가서 부모님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면 보다 넓은 마음으로 부모님들을 바라 보십시오. 혹여 풀리지 않는 의문과 아쉬움이 있더라도, 이겨내고 깊이 사랑하십시오. 모든 인생의 선배들이 이야기합니다. 그분들의 손을 잡아드릴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그러니 끝까지 사랑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혹시 하늘 나라에서 그분들을 만날 소망을 지니고 살아가시는 성도들이 있으시다면, 그 분들이 남기고 간 삶의 모습과 말씀을 기억하십시오. 당신을 향한 사랑과 충고들을 살아 내십시오. 그리고 더 큰 인생으로, 더 사랑하며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 그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십시오. 영상 하나 봅시다. “5억과 아버지”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신 분들입니다. 사랑합시다. 언제나, 깊이 그리고 끝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