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7월의 어느날, 감리교회 소속의 존 가우처 목사님는 시카고 역에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 기차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동양인들이 타고 있었지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미국으로 파송된 민영익, 김옥균 중심의 보빙사절단이었습니다. 흥미로운 복장에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간 가우처 목사님은 그들로부터 조선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여행을 마치고 자기 집 볼티모어로 돌아간 가우처 목사님은 선교 기금을 마련하고 이미 일본에서 활동 중인 메클레이 선교사로 하여금 조선을 방문하도록 요청 합니다. 이듬해인 1884년에 메클레이는 김옥균을 통해 고종황제로부터 교육과 의료를 위한 선교사의 내한을 허락받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1885년 아펜젤러, 스크랜턴 그리고 언더우드 목사님의 조선 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만일 그날 가우처 목사님이 보빙사절단이라는 이방인들을 그대로 지나쳤더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대신, 자기 이야기만 하기에 바빴더라면… 혹은 호기심에 접근한 후에 듣는 척은 하지만 경청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가 하였던 ‘다가가서 정성껏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일’ 그것이 바로 위대한 변화의 시작점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을 만나십니다. 주님께서 처음으로 하신 일은, 슬픈 빛의 제자(눅24:17)들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시고, 잠잠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신 일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그 길 위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고백하는데, 이 모든 일은 주님의 들어주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십니까?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너무 빨리 말하기 전에, 들어주세요. 먼저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 주십시오. 주께서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주님의 일을 우리 안에 시작하실 것입니다.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