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내 책을 다 가지고 나가?
며칠 전에 집에 있는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는데도 딸 아이는 박스에 책을 담는 제게 되묻습니다. 아마도 이것들이 ‘내 것’ 이 아니라 ‘우리 것’이 되는 게 탐탁치 않은 모양입니다. 엄연히 책 주인은 그녀이기에 무작정 책을 옮길 수 없었습니다. 수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수진이는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어?” “열 개” (사실은 그렇게 많이 읽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수진이는 책이 몇 개 있어?” “ 백개” (셀 수 없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럼 혼자서 하루에 백 개 다 읽을 수 있어?” “아니” “그러니까, 수진이가 책 읽고 싶은 만큼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고, 안 읽는 책들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보면 어떨까?”
“아, 책 없는 친구들이 볼 수 있게? 같은 책 읽으면 책 얘기도 같이 할 수 있고…” 다행히 딸 아이의 표정이 좋아졌습니다. “책도 좋아하겠다. 이집 저집 돌아 다니면. 그치 아빠?” “맞아, 우리 수진이 멋지다. 쉐어 잘 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분명 좋아하실꺼야”
그 날 저녁에 신발장을 열어 보았습니다. 다리는 두 개인데, 신발은 여러 켤레가 됩니다. 옷장에는 오래도록 입지 않은 옷들이 꽤나 있습니다. 다음 날엔 이웃 한 가정이 귀국을 하신다며 쓸만하고 좋은 물건들을 많이 넘겨 주고 떠났습니다.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하늘로 돌아갈 땐 하나도 갖고 가지 못하겠구나… 결국 조금만 있으면 내 것이 아니겠구나...
수진이의 책들을 교회 도서관으로 옮기며, 잘 사용하지 않는 제 물건들을 모아서 Good Will 에 갖다 주었습니다. 딸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혹시나 해서 갖고 있고 싶은 마음’ 이 종종 들었습니다. 내어 주면 훨씬 더 잘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소유를 조금 줄였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 동안 너무 많이 가지고 살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주 한가한 시간에 옷장을 한번 열어보면 어떨까요? 다 쓰지도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면 나보다 그것이 더 필요한 이에게 넘겨 주시는 것 어떨까요? Salvation Army 나 Good Will 에 가지고 가면 그 일을 잘 도와주실 것입니다. 옷들은 옷장 보다는 누군가의 어깨에서 더 행복할 것입니다. 물건을 받은 사람들도 행복하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우리도 행복하고… 그 누구보다 쉐어 잘 하는 우리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입니다.